

아더스는 생각했다. 이 미술관에는 정말, 이상한 힘이 있다고. 발을 처음 내딛은 순간부터 깨달을 수 있었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낯선 감각이 든 건 사실이다. 견학하기 위한 장소. 그저 한번 들르는 공간. 이 미술관에 무슨 비밀이, 소문이 숨겨져 있는지 모를 일이다. 애초에 그런 게 있다는 생각 하나 하지 못했으니 당연한 거 아닌가. 그에게 이 공간이란 단순하게 스쳐 지나가는 장소. 그뿐이다.
순식간에 미술관이 어둠에 휩싸인다. 흔히 말하는 미술관이 살아 움직인다는 클리셰. 그 속에 갇혀 버린 나. 살아있는 이는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고, 그저 흑백 같은 어둠이 이곳을 채울 뿐이다. 그 속에서 절망하는가? 본래 그 무엇도 꿈꾸지 않고 살아온 저였으니 이것도 익숙해질 터였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이곳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강구하는 것.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당연한 일이니 무어라 하지 못하겠으나….
“길을 잃었어요?”
“…누구야.”
그 순간, 이상한 사람을 만났다. 어둠뿐이던 세상이 순식간에 밝아진다. 빛으로 이루어진 건가, 착각하게 될 정도로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운 사람. 등불을 밝히며 어딘가로 인도하게 해주는 존재. 미술관에서 길 잃은 자는 그런 빛을 따라가기를 마련이다. 한번쯤은 의심할 법도 있지 않던가, 그러나 그를 따라가게 하는 것은 무슨 연쇄 작용인가. 사실 스스로 두려웠던 것은 아닐까. 혹은 이 미술관에는 이상한 힘이 있기에 저 또한 영향을 받아버려 따라가게 하는 것이라던가.
알 수 없는 생각과 상황 속에서 여정을 시작한다. 정말 미술관 속에 빠져버린 기분이었다. 공간은 생각을 잠식시켜 그 무엇도 떠오르지 못하게 한다. 마치 홀린 듯이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또한, 그리고 저 또한. 밖의 생각은 하지 않고 이곳 작품에 빠지면 된다는 듯이. 이곳에 있으면 단순한 미술관이 아닌, 초원이 될 수 있고 더 나아가 하늘이 될 수도 있다. 바다 내음이 자리하는 해변이 될 수도 있겠지.
사실은 이곳이 숨을 옥죄어 오는 심해 끝인지도 모른 채.
우주인지 바다인지 제대로 분간이 되지 않는 이 공간에서 우리는 파란을 그린다. 공간은 허물어지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낸다. 심해 끝 속에서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마치 어쩌면 여행과도 같았다. 우리가 나아갈 길은 끝이 없었으며, 그저 미소만 꽃피우게 될지니. 어둠이 가득한 공간에서 빛이 찾아왔으니 마다할 것이야 존재하지 않은 게 아닌가.
이것은 당연한 이야기. 더 나아가 영원히 깊은 바다 속에 잠겨 착각 속에 머물러도 괜찮을 법한 이야기. 손에 든 카메라의 초점을 맞춰 빛을 향해 셔터를 눌렀다. 영원하지 않은 것을 영원히 남길 수 있는 최고의 방법, 이라고 생각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곳에서 너와 나는 영원에 박제된 것이니까. 미술관 또한 그런 장소이니 크게 거리낄 것도 없다고 생각한 것일지도 모른다.
시간은 흘러간다. 미술관의 이면에 도달한 이는 점차 이곳에 잠식될지도 모를 일이다. 레티샤는 그것을 알고 있다. 본인이 무슨 존재인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더 나아가 이곳에 머무르면 안 된다는 사실 또한. 빛으로서 그의 앞에 선 건 제 실수였다. 그는 이곳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시작했으며, 더 이상 이상한 것으로도 인식하지 못하는 점에서. 그러니 방법을 강구해야만 했다. 어쩌면 본인도 생각하지 못한 일마저 빠져버렸으니까.
“아더, 이곳에서 나가야 해요.”
“루시, 어쩐지 그러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미술관의 작품과 사랑에 빠진 존재란 없어야만 한다.
깊은 심해 속 한줄기의 빛처럼 느껴져서. 이곳에 나가는 것을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 영원히, 그리고 계속해서 남아서. 어떤 모습으로 변모한다고 하더라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같다. 이것은 완전히 돌아버린 생각이었지. 그러나 미술관이 아닌 그 안의 이에게 사랑에 빠져버리면 이 공간보다 미친 존재는 무엇이지?
이곳에 남는다고 주장했다. 심해 속에 남는 이는 존재하지 않아야만 했다. 잠긴 채 숨 막혀 죽는 건 바라지 않았다. 이곳에 존재할 자는 그저 이 심해의 위압감을 잘 버틸 수 있는 무언가. 파란과 파란만이 가득한 이 세상 속에서 당신이 존재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고. 바다 속에서 이만큼 행복하게 즐긴 건 이제 충분했다. 이제 누군가는 바다 속에서 거닐고, 누군가는 해변을 나아가겠지.
그러니 이것은 정해진 결말이다. 해피 엔딩도, 배드 엔딩도 아닌 우리만의 결말은.
아더스는 눈을 깜빡인다. 미술관에 제법 오래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어떤 기억도 크게 나지 않았다. 새하얀 빛을 담은 듯한 그림을 보고 있었는데, 도통 연결이 되지 않았다. 손에는 사진이 한 장 담겨 있었고, 그 사진은 도무지 알아볼 수 없었다. 미술관 내에 촬영 금지라는 문구가 눈에 띈 것을 보면, 미술관 내에 어떠한 처리를 해둔 게 아닌가 싶었다.
단번에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지울 거야.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이곳에 도달해 만났다는 증표를 하나 남겨둘 수는 있겠지. 약지에 끼워진 반지를 보며 의문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결론으로 도달하지 못하는 거잖아? 그럼 그것으로 된 거야. 우리는 사실 만났고, 빛과 어둠 속에서 행복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것을. 정말 사랑했다는 것을.
다시 만나지 않기를.
언젠가 다시 만나기를.

